“글쓰기 윤리 실천, ‘자료 사용 능력’이 전제되어야 가능”


  이 책은 표절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에서 출발하지 않고, 언어 교육 안에서 글쓰기 윤리를 어떻게 가르치고 적용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글쓰기 윤리 인식의 고취만으로 올바른 글쓰기 윤리의 실천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자료 사용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수많은 자료 가운데 학술적 가치 유무를 가려 적절한 것을 선정하고, 자료의 내용을 자신의 글에 바르게 통합하면서 그 출처를 형식에 맞게 남길 줄 아는 ‘자료 사용 능력’이야말로 학문적 쓰기 능력을 위한 근간이 된다.

  이 책은 학문 목적 쓰기 교육 안에서 외국인 유학생의 글을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이지만 일반 대학(원)생 대상의 작문 교수 및 학습에서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모두 1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도입 질문>, <토론해 보기>, <추천논저>를 두어 글쓰기 윤리 교육 및 연구의 주요 논점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뿐만 아니라 수업 자료로써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비표준적인 ‘표절’ 인식이 함의하는 것”


  글쓰기 윤리의 실천 여부는 ‘자료 사용(Source use)’의 문제와 직결된다. 넓은 의미의 ‘자료(Source)’란 글쓰기에 활용하는 모든 유형의 텍스트, 표, 그림 등을 아우르며, 글쓰기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자료 사용’의 정확성과 적절성이 담보될 때 글쓰기 윤리의 준수가 가능해진다.

  최근 글쓰기 윤리에 대한 사회적 기준과 규범이 엄격해짐에 따라 우리는 표절에 더욱 민감해졌다. ‘표절’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그것을 의심하는 사람에게도 의심받는 사람에게도 껄끄럽고 불명예스러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의 인식 속에 있는 ‘표절’은 크고 작은 글쓰기 윤리 위반을 모두 포괄하기 때문에 그 개념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며 ‘비표준적’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테면 ‘선행 연구의 상당 부분을 출처 없이 베껴 온 것’이든 ‘출처를 명확히 남겼으나 인용의 방법이 다소 부적절한 것’이든 그 심각성의 정도에 관계없이 ‘표절’이라 말한다. 또한 ‘인식’과 ‘실천’의 문제를 동일시함으로써 표절의 주된 원인을 자칫 글쓰기 윤리 인식의 부재로만 간주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글쓰기 윤리, ‘준수’ 의무보다 ‘학습’ 권리 보장되어야”


  ‘글쓰기 윤리는 준수해야 하는 것’이고 ‘언어는 학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글쓰기 윤리를 준수해야 하는 ‘필자’인 동시에 ‘한국어 L2학습자’의 입장에 놓여 있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있어서 글쓰기 윤리란 ‘지켜야 하는 것인가, 학습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이 이 책의 시작점이었다.

  이 책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의 쓰기에 있어서 글쓰기 윤리 위반으로 여겨지고 처벌의 대상이 되어 왔던 현상들이, 실제로는 쓰기 학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쳐 가는 ‘발달’의 다양한 모습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글쓰기 윤리의 문제에 있어서,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쓰기 학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쳐 가는 과도기적 단계로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하여, 교수자의 입장에서는 학습자의 긍정적인 발달의 양상들을 놓침으로써 학습자의 현재 수준을 진단하고 그 다음 단계를 위한 처방이 어려웠던 것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자 하였다. 


글쓰기 윤리의 핵심, ‘자료 사용 능력’


  이 책을 통해, 글쓰기 윤리 인식의 불충분함이 글쓰기 윤리를 위반하는 주된 요인이기도 하지만 글쓰기 윤리 인식의 제고가 글쓰기 윤리의 실천을 전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는 점, 수많은 자료 가운데 학술적 가치 유무를 가려 적절한 것을 선정하여, 자료의 내용을 자신의 글에 바르게 통합하면서 그 출처를 형식에 맞게 남길 줄 아는 ‘자료 사용 능력’이 학문적 쓰기 능력을 위한 근간이 됨은 물론이고 글쓰기 윤리 실천을 가능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 향후에는 ‘자료 사용’의 문제를 쓰기 영역에서 다루는 데에 그치지 않고 둘 이상의 언어 기능이 서로 통합되고 전환되는 장에서 나타나는 ‘자료 사용’의 윤리성 실현 양상을 분석하는 작업도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