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방언의 진정한 가치


  제주 방언은 다른 방언들의 현저한 간섭이 없이 상당한 정도로 독자적인 모습으로 계속 존재해 왔다. 그런 만큼 이 방언을 움직이는 문법적 실체들에 대하여 체계적인 질서를 드러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점이 바로 이 방언이 지닌 진정한 가치이다. 저자는 이 방언의 통사를 연구하는 일에 첫 기초공사가 형태소들에 대한 기술・분석・확정・설명에 있다고 믿는다. 교착어(부착어) 질서를 구현하는 우리말에서는 형태소들의 분석과 확정 작업이 더욱 더 중요하다. 가장 초보적인 이런 작업이 탄탄히 다져질 때에라야, 비로소 다음 단계의 연구가 흔들림 없이 진전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말 연구의 혜안, 제주 방언


  제주 방언 통사 연구에 대한 그간의 업적들을 훑어보면, 그 색채(스펙트럼)가 너무 다양하게 흩어져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목록을 작성하는 정도라든가, 과거의 낡은 생각을 그대로 이 방언에 적용한다든가, 또는 최신 이론의 설명 방편으로 몇 줄의 방언 자료를 끼워 넣고 방언 연구로 내세우는 일에서부터, 탄탄하게 공통어와 국어사의 연구들을 토대로 하여, 이 방언과의 공통 원리와 차별적 매개인자를 찾아내는 글뿐만 아니라, 또한 이 방언의 자료들을 꿰뚫어 보고 해당 자료들을 해석하는 독창적 이론을 제시하는 일들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들쭉날쭉 다양하다. 저자는 오직 후자 쪽에 있는 연구들이라야만, 이 방언의 실체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우리말 연구에 혜안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는다. 


제주 방언, 형식론적인 물음을 넘어 존재론적 물음을 던지다


  제주 방언의 연구는 비단 언어 형태나 배열 방식들에 대한 관심과 초점만이 아니다. 이런 형식적 대상들을 놓고서 내던지는 존재론적 물음은, 필연코 더 심층에 있는 하부구조들을 탐색하도록 만든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 방언의 통사를 기술하면서 적어도 언어 사용 층위 및 정신 작용의 층위에 관련된 진술들을 서술해 내려고 노력하였다. 이는 방언 연구만이 아니라, 소쉬르의 언어학에서 놓쳐 버린 중요한 인문학 질서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 형식 언어학(구조 언어학)이 반드시 되돌아가야 할 커다란 줄기이다. 이를 망각하면 언어학은 고작 공리공담에 불과할 따름이다. 언어학의 자족성에 대한 주장은 고작 형식에만 그친다. 형식에 대한 연구로서는 현재 인공지능의 연구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연구의 결과가 재귀적 특성을 지닌 인간 정신의 본질을 밝혀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