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분야의 공식 문건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2000년대 북한 체제의 리얼리티와 마주하다


  북한에서 2000년대(2000년~2009년)는 김정일 집권 후반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 북한은 소위 '선군', 그리고 강성대국의 구호를 내걸고 체제 수호와 위기 극복에 나섰고 이는 북한의 사회, 문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2000년대 북한 문화예술은 당시 북한의 지배적인 이념, 곧 선군 이데올로기의 직접적인 영향 하에서 이른바 선군혁명문학예술로 변모했다. 이것은 이른바 주체문학예술의 주역으로서 군(軍)의 역할과 의미를 좀 더 부각시킨 형태의 문예다. 특히 이 시기 북한문예는 강성대국의 기치에 맞춰 문예의 현대화를 적극 모색했다. 6・15 남북 공동선언(2000년)으로 촉발된 남북교류 역시 북한문예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북한체제의 폐쇄성으로 인해 극히 제한적인 효과만을 거두었고 '도식성'과 '경직성'이라고 하는 북한문예의 병폐는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었다.


  2011년 김정일 사망과 더불어 시작된 김정은 집권 시기 북한문예는 거의 전적으로 1990년대~2000년대 구축된 북한문예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00년대 북한문예에 대한 검토는 오늘날 북한문예와 그것을 산출한 북한사회의 이해에 매우 중요한 단서다. 


  이 책은 단국대학교 부설 한국문화기술연구소 통일문화사 대계 발간사업의 두 번째 성과다. 한국문화기술연구소에서는 지난 2012년, 1990년부터 1999년까지『조선문학』,『조선예술』 등 북한 중요 문예지에 실린 문학, 영화, 연극, 음악, 미술 관련 비평 텍스트의 목록과 해제를 담은『통일문화사대계』 1권을 출판한 바 있다. 이번에 발간하는『통일문화사대계』 2권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북한문예의 전개와 동향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책은『조선문학』,『조선예술』 등에 실린 문학, 영화, 공연예술, 미술, 음악 분야의 이론(비평) 텍스트의 연도별 목록과 해당 분야 전문 연구자들의 연도별 경향 분석을 담았다. 개개 분야의 첫머리에는 2000년대 경향 전체를 비판적으로 개관한 글을 두어 독자들의 자료 이해를 돕고자 했다. 다음으로 각 분야의 2000년대 담론과 실천 양상의 이해에 보탬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자료목록을 덧붙였다. 이에 따라 2000년대 북한에서 창작 발표된 문학작품, 문학도서, 문학평론, 극작품, 교예작품, 음악작품 목록을 싣게 되었다. 이 자료들은 해당 기간 북한에서 발행된『조선중앙년감』,『조선문학예술년감』에서 취한 것이다.


  이 책은 우선 2000년대 발표된 북한 문학예술 작품, 이론(비평) 목록을 제공하는 자료집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자료목록 작성에 참여한 각 분야 전문 연구자의 해제를 두어 단순한 자료집 이상의 의의를 갖게 됐다. 편집과 해제 작업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지난 1년간 정기적으로 모여 연 단위로 2000년대 북한 문예의 경향에 관한 의견교환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각 분야의 연도별 해제 및 총괄적 개관은 그 결과물이다. 이 책은 우선 최근 북한 문예 경향에 관심을 가진 각 분야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자료집 내지는 인지 지도가 될 수 있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 최근의 북한문예 동향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꽤 흥미 있는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의 일독을 통해 정치, 사회 분야의 공식 문건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2000년대 북한 체제의 리얼리티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예술 장르의 자료를 한 데 묶어 교차 검토가 가능하게 배치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