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는 갈등과 고민의 연속시기이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학업의 부담 속에서 양적으로 고민의 시간이 부족하다. 내가 왜 공부하는지, 학교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지, 친구는 무엇이고,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의 절실한 현실의 물음에 깊게 파고들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한테 고민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렴풋이 어떤 계기들을 통해서 생기는 질문들을 보다 명료하게 만들고 그것과 대결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은 이러한 측면에서 청소년기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청소년들은 문학을 통해서 자신의 고민을 투영하면서 대리 체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야기는 친숙하게 구체적으로 현실을 그려내는 장점이 있다. 현실이라면 차마 감행할 수 없는 다양한 행동을 우리는 허구적 이야기를 통해서 행할 수 있고, 이것은 자아의 체험 영역을 확대하게 만든다. 이렇게 다양한 자아의 변용을 경험하는 폭만큼 우리들은 성장한다고 말할 수 있다.


헤세의『데미안』과 함께 하는 인문학


『데미안』은 전형적인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하지만 다른 성장 소설과 달리『데미안』은 성장에 대한 낯선 과정과 결과를 지향한다. 일반적인 성장 소설에서는 성장이라는 것이 종국적으로는 사회적 규범과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마무리하지만,『데미안』은 끊임없이 이와 불화하면서 다른 성장의 궤적을 그어간다.『데미안』은 진정한 자신을 찾는 여정에서 선(善)과 악(惡)의 통합화를 지향한다. 선이 부족해서 악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악을 그 자체로 세계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수용하려는 면이 독특하다. 물론 이것은 융(Jung)심리학을 배경으로 할 때 이해 가능한 것이지만, 작가 헤세(Hesse)의 자전적 경험이 바탕이 된 것으로서 오늘날 선(善)의 과잉 요구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의 청소년들이나 교사들한테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자


『데미안』은 자기 길을 먼저 걸어간 한 친구(싱클레어)의 이야기이다.『데미안과 함께 하는 청소년 인문학』은 헤세의『데미안』을 바탕으로 지금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길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 같이 고민해 본다. 오로지 빛의 세계을 따르는 것이 옳은 길이라 말하지 않고 어둠의 세계와 빛의 세계가 공존하는 현실의 세계에서 어떻게 자신의 뜻을 세우고 두 세계의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 여러 인문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