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4년(1612년).

허균이 유배지에서『홍길동전』을 펴내고 풀려난다. 서자의 신분으로 왕이 된 광해의 즉위에 대한 정당성을 알리기 위한 방편 중 하나이기도 했던『홍길동전』을 읽은 광해는 허균을 불러 독대를 하고 미처 그 책에 다 쓰지 못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를 듣던 광해는 ‘홍길동은 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사람이기는 하지만 능력이 뛰어나 <활빈당>을 조직하고 무리들과 함께 부정하게 치부한 재물을 약탈하여 가난 이들을 돕는 의적 활동을 한다. 그를 체포하지 못하자 유화책으로 나라에서는 온갖 벼슬로 유혹했지만 거절한 후 무리들과 함께 ‘대마도’에 ‘율도국’을 세웠다.’는 원칙적인 이야기 보다는 홍길동과 무리들이 ‘대마도’에 세운 ‘율도국’이 백성들이 주인이었던 살기 좋은 나라라는 말에 더 관심을 갖는다. 백성들이 주인으로 신분차별이 없던 나라라는 말에 광해는 유독 관심을 가지면서 자기 역시 조선을 그런 나라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조선이 그렇게 살기 좋은 나라만 된다면 자신은 용상을 박차고 내려와도 아무 미련 없다고 하면서 허균에게 그런 나라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볼 것을 제안한다. 광해의 백성 사랑하는 마음에 감명을 받은 허균은 양반 사대부들이 독점하고 있는 백성들의 권리를 돌려주기 위한 혁명을 준비한다.


허균은 혁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혁명 이후에 펼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전부터 친분을 맺고 있던 강변칠우를 찾아 간다. 강변칠우는 당시 천대받던 서얼들의 모임으로 실학을 연구하던 뛰어난 학자들로, 자신들이 서자로 관직에 나가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세상이 필요로 할 학문을 함으로써 자신들이 세상을 얼마나 비웃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당시의 신분사회로 본다면 당대 최고의 실세였던 허균이 만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상대라고 할 수 있지만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을 사귀던 허균에게는 아주 친한 친구들이다. 강변칠우에게 혁명 이후의 정책을 의뢰하고 이번에는 승군 양성을 위해 보덕 스님을 찾아 간다. 당시에는 임진왜란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승군이 남아 있던 터라 승군을 혁명군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적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을 잡았던 혁명 준비는 정책과 군 문제를 해결하고 이제 그 거사 일만 기다리고 있는데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그 당시 대북에서 허균과 같은 붕당을 하던 이이첨과 기자헌이 이상한 낌새를 챈 것이다. 결국 이이첨과 기자헌은 허균을 상대로 비밀을 풀기 위해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 자신이 혁명을 준비하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안심하던 허균은 기자헌을 상대로 대대적인 공세를 펴서 기자헌을 유배 보내는데 성공하지만 끈질긴 기자헌은 아들 기준격까지 동원하여 허균과 광해의 비밀을 캐내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