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예의 꽃, 이데올로기의 꽃


북한에서 문화예술은 지배체제와 지배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고 지탱하는 도구이자 무기다. 북한의 문화예술인들은 일정기관에 소속되어 지배체제가 요구하는 창작 방향과 지침에 따라 작업하고 그 결과물은 지배체제의 검열과 통제를 거쳐야 발표될 수 있다. 이런 사정으로 북한에서 발표된 모든 문예작품은 지배이데올로기를 노골적으로 반영하는 선전선동의 도구다. 즉, 북한문예에서 꽃은 꽃이로되 ‘이데올로기의 꽃’인 셈이다.


선정선동의 수단, 북한문예


이 책은 북한문예의 여러 작품과 텍스트 검토를 통해 북한에서 문화예술이 지배이데올로기의 도구로서 기능하는 방식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것은 북한문예가 선전선동수단, 도구화된 예술이라는 일반화된 상식을 확인하는 선에 머물기보다는 실제로 그것이 “어떻게” 지배체제와 지배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크게 네 갈래로 나뉜다. 1부 <북한체제에서 문학예술의 기능과 위상>에서는 북한문예가 지배체제의 정당화에 관여하는 관습적인 방식을 살펴보는 한편 체제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의 극복 수단으로 예술이 활용되는 양상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2부 <북한문예의 ‘주체’들>은 ‘주체’를 구호로 내세우는 북한문예가 실천 수준에서 소위 ‘주체’를 규정, 주조하는 방식을 확인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개인의 자유를 배제, 억압하고 일인 지배체제의 정당화를 위해 기능하는지를 검토할 것이다. 3부 <이데올로기의 각인>은 농촌여성, 아동, 재일조선인 등을 등장시킨 북한문예작품의 독해를 통해 지배이데올로기가 보다 미시적인 수준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끝으로 4부 <전통의 해석과 변용>은 시조, 아리랑, 황진이 등 민족 고유의 전통예술형식이나 콘텐츠가 북한에서 지배이데올로기의 요구에 따라 변형, 또는 변용되는 양상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남북한문예의 소통과 교류를 위한 최소한의 접점, 북한문예


북한문예의 여러 양상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작업은 남북한의 문화적 소통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일이다. 그 가운데서도 이른바 ‘정치사상성’을 문화예술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북한문예를 지배체제 내지는 지배이데올로기와의 연관성 속에서 검토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작업에 해당한다. 이러한 작업이 이뤄진 연후에 비로소 남북한문예의 소통과 교류를 위한 최소한의 접점을 모색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북한 문학, 연극, 음악, 미술 분야에서 전문가로 자리를 굳힌 전문연구자들의 주제 연구를 한 자리에 모아 그 양상을 보다 다양한 지평에서 관찰하는 작업이라는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