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을 통한 양국의 교류

 

한중 양국은 전근대시기부터 바다를 사이 두고 많은 교류를 해 왔다. 특히 칭다오 지역 및 산둥반도는 한중 양국의 해양교류에서 반드시 거치게 되는 교통요로로 중추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한중 간 해양교류의 가장 이른 기록으로는 신라시기 산둥반도에 만들어진 신라방에 대한 기록과 일본 승려 예닌의『입당구법순행례기(入唐求法巡行禮記)』에 기록된 통일신라시기 장보고의 산둥반도 법화사 건설이 있다. 여말선초(麗末鮮初)와 조선중기, 중국 대륙의 왕조교체(각각 원말명초, 명말청초에 해당함)로 인한 혼란으로 육로사행이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이루어진 해로사행(海路使行)『조천록(朝天彔)』에는 당시 해로사행의 주요 경로였던 산둥반도 여러 지역의 역사, 지리, 풍물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남아 있다.

 

한중 간의 해양교류

 

그럼에도 지금까지 한중교류에 대한 연구에서 해양은 별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으며 특히 사행 기록 연구 역시 육로사행인『연행록(燕行彔)』에만 그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실정이다. 중국학계의 경우는 중일 간의 해양교류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의 연구업적을 쌓아 왔지만 한중 간의 해양교류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실정에서 출발하여 해양을 키워드로 한중, 나아가 동아시아의 문화교류를 살펴보고 있다.

이 책 전체의 내용이 해양을 통한 교류로 일관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 발견된 묘지명과 碑刻 자료를 중심으로 사신 왕래와 唐代 동아시아 三國의 문화 교류를 살펴본 연구,『동아시아사』교과서의 은 유통과 교역망에 대한 연구, 19世紀 末 淸朝鮮關係國境地帶에서 國境線으로 변화되는 과정으로 살펴본 연구 등은 모두 해양에서 벗어난 한중 간의 역사적 교류에 관한 고찰이다. 하지만 매우 특수한 영역의 교류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해양을 통한 교류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주체적인 교류인지 아니면 주체의 의도와는 무관한 막무가내적인 사정에 의한 표해(漂海)’ 내지 표류(漂流)인지 등에 대한 구분도 세밀하게 하지 못했다. 이는 우리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며, 향후의 연구를 위한 모색이기 때문임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해양을 넘어선 동아시아의 교류

 

이 책은 기획 초점을 단지 해양을 통한 동아시아의 교류에 두었지만, 향후의 발전방향으로 삼고자 하는 해양교류는 단지 해양을 통한 교류사’, 해로사행이나 표해록등에만 제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해양을 통한 교류외에도 동아시아 해양 네트워크등 전 근대시기 해양교류의 전반적인 영역이며 또한 근대시기 동아시아의 해양에 대한 인식’, ‘근대 동아시아 개항의 역사와 근대 지식의 생산과 유통등 보다 넓은 의미의 해양교류이다. ‘해양과 인식의 전환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