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한국학이 지닌 특수성

 

중국에서의 한국학의 가장 보편적이고 중요한 특색은 동아시아 이문화(異文化) 간 교섭에 의해 한국학의 범주와 내용이 새롭게 조정되고 한국학의 지식이 생산된다는 데 있다. 이는 한국에서의 한국학과도 다르고 미국이나 유럽의 한국학과도 다른 중국에서의 한국학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성이다. 문학작품은 이러한 이문화 간 교섭의 양상과 경계에서의 학문지식의 생성과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텍스트이다. 이 책은 바로 한국문학작품을 중심으로 이러한 동아시아 이문화 간 교섭의 양상을 살펴보고 이것이 어떻게 경계에서의 학문지식으로 생성되고 확산되는지를 살펴보고자 기획된 것이다.

 

중국에서의 한국문학 연구 한계

 

지금까지 중국에서의 한국문학 연구는 비교문학적 시각에서 이루어져 왔으며 최근에는 경계에서 한국문학을 바라보기, 즉 동아시아 이문화 간 교섭으로서 한국문학을 해석하려는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한문학과 고전문학 연구에는 여전히 이를 역외한문학으로 바라보고 한국학에 위치지우기보다 중화문화가 어떻게 역외에 수용되고 영향을 주었는지를 연구하는 중화문화의 역외 수용이라는 시각이 내재해 있다. 결국 주변국에 대한 중국문화의 영향을 연구하는 데 연구의 중심을 두고 있다. 한국 근현대문학의 경우는 기계적인 비교문학 연구가 만연되고 있다. 최근 한국문학번역원 등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문학명저 번역사업 역시 번역된 한국문학명저의 중국 학계에서의 소통과 확산이 문제로 되고 있다. 이는 결국 중국 학계와 소통하고 교섭하기 위한 매개항의 설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함으로 하여 중국 학계 내에서 한국학의 학문적 담론이 아직 형성되지 못한 것이 그 주된 원인이다. 이 책은 중국에서의 한국문학 연구에 나타나는 그러한 역외한문학적 시각 내지 담론 부재의 문제점을 최대한 극복하고자 하였다.

 

체험을 통한 중국 문화 교섭

 

1-“한국 고전문학에 나타난 중국에서는 실제적인 중국 체험을 근거로 하고 있는 문학적 기록에 대한 연구에 관한 글이다. 연구자들은 체험주체가 중국에서 겪은 다양한 문화적 충돌과 교섭, 중국에 대한 인식 등이 작가의 주체적 시각에 근거해 다층적으로 담론화되어있는 것에 주목하여 그 문화적 교섭의 다양한 양상에 대해 분석하였다. 또한 한국 고전소설의 인물, 역사적, 공간적 배경으로서의 중국 배경이 갖는 의미를 분석하고 한국 고전소설이 중국을 배경으로 했던 보다 근원적인 원인을 구명하고 16~17세기 대중국 무역 민담에 형상화된 중국의 이미지를 분석하여 한중 간의 문화적 교섭의 다양한 양상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근현대 한국문학에 나타난 중국

 

2-“한국 근현대 한국문학에 나타난 중국에서는 한일, 한중 간의 문학 번역의 문제와 중일전쟁 후, 한국인의 중국 인식의 문제, 일제 식민지시기 만주 이민작가들의 만주 인식의 문제, 일제 식민지시기 만주를 여행한 작가의 만주 인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일, 한중 간의 번역의 문제에서는 번역이 단순히 하나의 언어를 다른 하나의 언어로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작가의 주체적 시각과 이념에 의한 선택과 배제의 과정이며 특수한 역사적 단계에서는 그것이 국가 내지 민족의 이데올로기와 연관되며 정치화와 탈정치화의 과정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일제 식민지시기 만주 이민작가들의 만주 인식의 문제에서는 대표적인 만주 이민작가들인 박영준, 최서해, 강경애의 만주 인식 내지 중국 인식의 문제들을 작가의 이념적 문제, 체험의 실제 등과의 연관 속에서 다층적으로 다루었다. 일제 식민지시기 만주를 여행한 작가의 만주 인식의 문제에서는 만주국의 국민 되기와 일본인 되기, 즉 오족협화와 내선일체의 단층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행자 작가-함대훈의 모순된 인식을 보여주었다. 중일전쟁 후, 한국인의 중국 인식의 문제에서는 근대전환기부터 한국인의 중국 인식의 변화과정, 그리고 중일전쟁 후의 중국 인식의 변화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