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져 있던 소재원 작가의 첫 작품
터널! 세상에 나오다.

 

사회의 약자들을 대변하는 소설가, 소재원. 그가 이번에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첫 작품 『터널』을 공개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지금까지 쓴 작품과는 상반된 이미지의 소설로, ‘개인적인 감정이 가득 담긴 소설, 사실 그대로를 써버린 소설, 꾸밈없는 문체로 쓰인 소설, 대중과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말한다. 어떤 소설이기에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비공개로 남겨두었던 것일까?


손가락의 공포, 독자에게 ‘불편한’ 소설

 

소재원 작가는 『터널』을 통해 우리사회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목도되는 일상적 폭력과 권력의 문제를 서늘하게 다룬다. 매체가 발달하고, 표현의 자유가 증대되면서 우리는 일상에서 타인에 대한 ‘결론’, ‘덧글’을 손쉽게 내리게 된다. 손가락만으로 소크라테스도 울고 갈 심도 있는 철학자가 되고, 개념인이 되는 것이다.
즉, 『터널』은 우리 모두가 한 번은 행했던 일이고, 죄의식 없이 두드린 손가락 끝에 담긴 ‘우리 이야기’인 것이다.
『터널』은 주인공 ‘이정수’의 터널 고립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정수가 터널에 갇히고 그가 모르는 바깥 세상에서는 하루하루 많은 일이 일어난다. 터널 부실공사를 한 시공사, 이를 방관·방조한 사업소와 공사대금을 사적으로 횡령한 윗선.. 이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합리화시키기에 여념 없다. 이정수의 사건이 언론에 처음 보도되었을 때 사람들은 동정과 연민에 찬 시선으로 응원을 보내온다. 하지만 예상보다 구조작업이 길어지고 그로 인해 의도치 않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자 사람들의 태도는 급격히 변화한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엔 그를 이미 죽은 사람으로 치부해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엄연히 살아있되 유령이 되어버린 존재, 그렇게 실재하는 좀비를 통해 작가는 『터널』의 보다 직접적인 주제를 표출하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이 이정수와 가족의 죽음을 초래하게 된다.


가장 ‘레알(REAL)’한 리얼리즘 소설

 

『터널』은 30여 일에 걸친 주인공의 절대적 고립을 통해 현 사회의 문제점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며, 작가의 특별한 문제의식을 표방하고 있다. 즉, 온-오프라인 이중 세계에 걸쳐 우리사회의 가장 민감한 병증을 파헤친다는 점에서, 당대의 가장 ‘레알’한 리얼리즘 소설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