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오천축국전(실크로드 고전여행기 2)


5만 리를 걸어서 천축을 순례했던 철인 같았던 혜초


신라의 승려 혜초(慧超, 704~787)가 고대 인도의 5천축국을 답사한 뒤 쓴 여행기로, 1908년 프랑스의 동양학자 P. 펠리오에 의해 둔황 천불동에서 그 실물이 발굴되었고, 중국의 나진옥(罗振玉)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이 문헌은 원래 세 권으로 추측되나 현존본은 앞뒤 부분이 떨어져 나간 두루마리형태의 필사본으로 현재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가 2011년 우리나라 국립박물관에서 잠시 전시된 바 있다.

『왕오천축국전』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면, ①5~7세기 인도여행기들은 육로기행과 해로기행(海路紀行)으로 각각 나누어진 데 반해, 『왕오천축국전』은 육로기행과 해로기행이 함께 언급되고 있다. ②6세기와 7세기의 여행기는 인도정세를 말해주는 자료이지만 이 책은 8세기의 사료다. 8세기의 인도와 중앙아시아에 관하여서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③일반적인 정치정세 이외에 사회상태에 대한 사료적 가치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불교의 대승이나 소승이 각각 어느 정도 행하여지고 있는지, 또 음식・의상・습속・산물・기후 등도 각 지방마다 기록하고 있다. 중부인도에서 어머니나 누이를 아내로 삼는다거나, 여러 형제가 아내를 공유하는 풍습이 있다는 등의 기록은 사실과 부합하므로 이 자료의 신빙성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