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학습과 여성의 근대적 계몽

 

 

『부유독습』의 저자는 강화석(1868~1929)이다. 본관은 진주, 자는 윤승(允升), 호는 서천(西川)이다. 증광사마시에 진사로 합격했으며 대한황성신문사를 설립하고, 독립협회의 사법 위원, 서우학회와 서북학회의 평의원, 서북협성학교 5대 교장(1916~1918)을 역임했다. 자신이 설립한 황성신문사에서 1908년 7월 『부유독습』을 발간한다.


『부유독습』은 여성용 한자 학습서 겸 국한문독본이다. “집안 살림이 빈한하여 학교에서 공부하기 어려운 어린 아이들이나, 집안일에 얽매여 공부하기 어려운 부인네들이 집안에서 혼자 공부”하여 문자생활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상하 2권 1책으로 구성하였으며 각 면은 상하 2단으로 편집하였다. 별다른 목차나 체계는 보이지 않는다.


상단에는 한자를 배치하고 하단에는 한자를 활용한 풀이 문장을 제시했다. 상권에는 865자, 하권에는 1,346자 총 2,211자의 한자를 수록했다. 같은 한자가 여러 번 나올 때에는 처음에만 음과 뜻을 풀이하고 두 번째부터는 음과 뜻을 따로 달지 않았다. 상단에는 한자를 표기하고 뜻과 음을 표기했으며 괄호를 열어 용례를 제시했다. “義 옳을 의(義무)” “晴 갤 청(비 오고 개다)” “劣 못할 렬(庸劣하다)” “里 마을 리(九萬里長天)”와 같은 방식이다. 한자 하나만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된 단어까지 함께 익힐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상권은 쉽고 의미 연관성이 있는 한자를 중심으로 배치하고 하권은 하단에 제시할 뜻풀이에 쓸 한자를 중심으로 배치했다.


하단에는 상단에 나온 한자를 활용한 구문을 제시하였는데 상권은 국문으로, 하권은 국한혼용문으로 제시했다. 상권은 상단에 배치한 한자의 순서대로 뜻풀이를 하되, 단문이나 댓구 등의 이어진 문장으로 구성했다. 하늘과 땅의 이치, 사람 몸의 구성, 가족 관계, 숫자와 규격, 시간과 절기의 변화, 곡식과 가축의 종류, 고전 서적의 목록 등을 제시했다. 하권은 궁내부의 각 기관 소개, 어조사 12가지(而, 於, 焉, 哉, 乎, 之, 也, 耶, 于, 矣, 歟, 兮)에 대한 설명, 사자성어 469개(첫 음절을 기준으로 가나다 순)에 대한 설명을 실었다. 이를 통해 여성들이 국가 기관에 대해 이해하고, 한문을 해석하기 위한 문법적 지식을 습득하고, 당시 사회 세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단순한 서술부터 구분과 분류를 통한 체계적이고 상세한 설명, 시간과 역사의 흐름에 따른 서사적 설명(여성의 하루 일과 속에서 학문하는 방법, 각 국의 흥망성쇠 과정), 대상에 대한 즉흥적 느낌과 감상(남자의 얼굴이 뛰어나게 잘 생긴 것을 이르는 ‘남중일색(男中一色)’의 뜻을 ‘풍채 좋다’고 풀이 함), 구어와 대화체를 활용한 육성(차 맛이 향기로운데 받들어 손님께 권하면서 말하기를, ‘맛은 없으나 한잔 잡수시오.’)까지 활용하여 다채롭게 서술하고 있다.


『중용』, 『시경』, 『논어』 등의 구절을 인용하여 인간됨의 기본과 지식 습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총명한 사람을 왕으로 정해 나라를 통치해야 하며, 부귀빈천이나 사농공상을 막론하고 각 법에 따라 분수를 지켜야 하며, 부모 마음대로 자녀의 결혼을 결정할 수 없고, 물건 값이 과하니 시가를 정해야 한다며 변화한 세태에 대한 인식을 보이기도 한다. 팔괘로 사주를 보거나 불교의 극락세계를 믿는 행위를 미신이라 판단하는 근대적 인식도 보인다. 특히 여자가 학문을 배우지 못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남편과 자식에게도 해가 되므로, 이천만 인구의 반인 여자를 교육해야만 인민 모두를 계몽할 수 있고 국가의 기강도 다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