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국가의 형성과 여성의 역할

 

 

『여자독본』은 장지연(張志淵)의 저작으로, 1908년 광학서포에서 발행되었다. 상권 64과, 하권 56과, 전체 120과로 구성되어 있다. 한 개의 과마다 혹은 몇 개의 과를 이어서 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의 성품이나 사고 등을 제시하고, 이를 특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일화를 기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과에서 다루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여성이다. 상권은 한국의 여성을, 하권은 중국과 서양의 여성을 다루는데, 이들은 사회적・역사적으로 본받을 만한 업적을 남겼던 인물들이다. 이 책은 이들의 이야기를 묶은 열전(列傳)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책 속의 주인공도 여성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여성으로 상정되어 있다. 저자의 머리말이 따로 실려 있지는 않지만 상권의 첫 장인 총론에서 “여자는 나라 백성 된 자의 어머니 될 사람이다. 여자의 교육이 발달한 후에 그 자녀로 하여금 착한 사람이 되게 할 수 있다. 그런 고로 가르침이 곧 가정교육을 발달시켜서 국민의 지식을 인도하는 모범이 된다”(상권 1장 1과)고 서술하고 있듯이, 어머니가 될 여자들을 교육시킴으로써 나라를 올바로 세우겠다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는 책이다. 즉, 이 책은 개화기에 여성의 계몽과 교육을 목적으로 하여 편찬된 일종의 교과서이다.
『여자독본』이 지향한 여성의 계몽과 교육의 방향은 여러 층위로 분화되어 있었다. 당대 한국에서 요구한 여성의 모습은 ‘국민(남성)’을 양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머니(아내)였던 듯하다. 그런데 여성이 제대로 된 ‘국민(남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국민성’을 자각할 필요가 있으므로 나라의 기강을 확립하는 데 헌신한 중국과 서양 여성의 예를 소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여성에게는 국가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을 꾸려나가는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장지연은 『여자독본』을 출간하기 직전인 1907년에 ‘잔다르크’ 위인전에 해당하는 『애국부인전』을 광학서포에서 발행하였다. 광학서포는 같은 시기에 『초등대한지지』, 『초등윤리학』, 『초등소학』, 『중등만국신지지』, 『이태리건국삼걸전』, 『을지문덕전』 등 애국계몽과 관련된 책들을 출간하고 있었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자독본』은 일정한 교육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여자독본』은 모두 한글로 쓰여 있다. 여성의 문자를 ‘한글’로 상정하고 한국의 여성을 교육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순국문을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한글로 표기된 한자어 옆에 한자가 작은 글씨로 병기되어 있고, 각 과가 끝나면 그 과에 나온 한자의 음과 뜻 알려주어 한자 공부의 역할도 겸하게 하였다. 이 책은 1910년 11월 발매 금지 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