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교양교육과 식민교육의 시발점

 


『보통학교 학도용 국어독본』은 1907년 2월 1일 학부에서 편집하고, ‘대일본도서주식회사’에서 인쇄한 교과서이다. 권두의 해제에 따르면, 초판은 『국어독본』으로 발행되었다가 1908년에 내용의 일부가 정정되면서 『보통학교 학도용 국어독본』으로 재판되었다.

 

이 책은 모두 8권 8책으로서, 당시 보통학교가 4년제였기 때문에 각 학년에서 학기별 2권을 학습하도록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권별 교과서의 단원 수는 권1 45개, 권2 25개, 권3 23개, 권4 22개, 권5 23개, 권6 26개, 권8 23개 단원으로 총 187개 단원으로 이루어졌으며 권당 분량은 대략 70쪽 내외 정도이다. 주로 음운과 어휘, 문장 학습 위주로 편성된 권1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저학년용에서 고학년용으로 갈수록 한자와 각 단원의 분량이 많은 편이다.

 

『보통학교 학도용 국어독본』을 구성하는 187개 단원(권7 제외, 저본으로 삼은 『한국 개화기 교과서 총서 6』(아세아문화사, 1977)은 소장처가 밝혀지지 않아 낙권으로 처리한 제7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7권을 영인하였다고 밝히고 있음)의 내용은 지리, 역사, 정치/법제, 경제/산업, 사회, 과학, 문학, 예술/체육, 생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리나 역사와 관련된 내용의 비중이 놓은데 이는 당시 보통학교에서 지리, 역사를 교수하기 위한 교과서를 별도로 만들지 않고 그와 관련된 내용을 국어독본에 수록하여 교수하겠다는 학부의 방침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교과서 편수 책임자였던 미츠지는 경제적인 측면과 시간과 아동의 뇌력을 아끼기 위하여 지리와 역사 교과서를 별도로 편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한국 아동들에게 자국의 역사나 지리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키지 않기 위해서 독본 안에 관련 내용을 담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보통학교 학도용 국어독본』이 국어 교과를 교수하기 위한 교과서로 인식된 것이 아니라 단지 다양한 영역의 글을 읽고 학습하는 교재, 즉 근대적인 어문 교과가 아닌 일반적인 종합 교양서 정도에서 접근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실 『보통학교 학도용 국어독본』은 문자나 어휘, 문장 학습 중심으로 구성된 권1을 제외하고 어문교과로서 국어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내용은 몇몇 우화 중심의 단원이 전부이다. 오히려 국어독본의 전체적인 모습은 과학이나 일상생활에서 근대적인 제도나 가치관을 강조하는 내용과 한국의 정치나 외교 관계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취사선택하여 일본 침략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컨대 한국이 인정하지 않는 임나와 신공황후의 존재를 명시한다거나 한국의 왕조가 주로 중국의 침략을 받아서 멸망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통감부나 일장기 등 일본의 정치나 권력을 상징하는 요소들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배치하여 그 침략성을 은폐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강제 병합 이후에 나온 국어교과서에 비하면 한국의 전통이나 사상을 고려하는 내용을 배치한 흔적도 눈에 띄지만 그 분량은 극히 미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