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말기 개화사상과 독립사상

 

『최신 초등소학』은 융희 2년(1908년) 7월에 간행된 소학교용 교과서・독본이다. 4권 2책으로 되어 있으며, 우문관에서 인쇄본으로 제작하여 유통하였다. 편술 겸 발행인은 정인호, 교정은 이충건이 맡았다. 정인호는 한일병합 후 군수로 역임했으나, 삼일운동을 전후하여 독립운동에 투신한 인물이다. 특히 상해 임시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고, 군자금을 모집하여 송금하려다 발각되어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하였다.  『최신 초등소학』에서는 자주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애국심, 자강사상 등을 고취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편술자의 사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신 초등소학󰡕의 본문과 주석은 세로쓰기로 되어 있다. 본문은 국한문 혼용체로 서술되어 있으며, ‘로다’, ‘더라’, ‘더냐’ 등의 어미를 주로 사용하여 언문일치를 꾀하고 있다. 이 책에서 사용하고 있는 국한문체는 엄밀히 말하면 국어의 통사가 거의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주한종체(國主漢從體)에 해당한다. 이는 개화기 이후 전개된 언문일치 운동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특히 4권 중 가장 기초적인 내용을 담은 1권은 한자(漢字)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거의 한글로만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본문은 경어와 평어를 적절히 뒤섞어 사용하고 있으며, 교사와 학생 간의 대화를 직접 인용의 형식으로 배치하고 있다. 또한 ‘이’, ‘가’, ‘은’, ‘는’ 등의 주격조사를 비롯한 다양한 조사들이 풍부하게 구사되어 있으며, ‘올시다’, ‘더라’, ‘닛가’, ‘로다’, ‘더냐’ 등의 종결어미들도 자유롭게 활용되고 있다. 한자어의 사용은 개념어에 한정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쉬운 단어일수록 한자어의 사용을 제한하고 적극적으로 우리말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저술자의 언문일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1권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익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결과 후반부의 단원에만 문장 단위의 예문이 사용되고 있으며, 대부분은 삽화를 동원하여 자모와 함께 글자를 익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특징적인 사항은 본문의 상단에 ‘학도를 위하여 기록한 것이 아니라 교사만 보’도록 한 교사용 소주(小註)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교사용 지침인 셈인데, 여기에는 본문에 대한 부연뿐 아니라 일자별 진도를 표시해두어 진도 계획에 따라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교사용 주석은 본문과 달리 주로 한문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독본의 편술자가 한문적 소양이 깊었던 당시의 교사들을 배려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신 초등소학』의 일차적인 목적은 학생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일이다. 이때 동원되는 소재는 벌, 미역, 도요새, 소나무와 같은 자연물에서부터 ‘비를 무릅쓰고 책을 돌려주다’, ‘바른말 하는 학도’, ‘문명한 기상’ 등 학생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짧은 삽화들, 그리고 최치원, 정약용, 민영환 등 역사적인 인물들이다. 이들 소재는 단순히 학생들에게 언어를 교육하고 대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