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권의 회복이라는
당대 조선 사회의 열망을 구현

 

『노동야학독본』은 1908년 유길준에 의해 경성일보사에서 간행된 노동자의 수신교과서다. 1909년 1월 26일 ≪황성신문≫ 광고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노동자뿐 아니라, 보통교육을 받지 못한 민중을 계몽할 목적으로 발간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노동’이라는 번역어가 1900년대 초 사회 담론 체계 안에서 배치되고 해석된 양상을 보여주는 자료라 할 수 있다. 독본에서는 노동의 의의를 ‘부국강병’과 ‘사회의 문명화’와 연결시켜 설명한다. 이는 노동이 근대적 국민경제 개념과 대중의 물질생활 유지 및 발전과의 상관성 속에서 이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정직, 성실, 근면으로 요약되는 노동의 윤리는 애국심으로 수렴되어 당대 사회 안에서 노동이 강조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독본의 내용에 따르면, 노동은 사람의 근본이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므로 노동자는 각자 직분과 재주대로 일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은 논리 속에서 노동은 사회 구성원들의 보편적인 의무로 언급된다. 그러나 사회 안에서 노동자의 지위는 결코 높지 않았다. 오히려 독본에서는 노동하는 사람을 빈천한 사람으로 서술하며, 노동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자식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위해 ‘교육’에 힘써야 할 주체로서 언급된다.
󰡔노동야학독본󰡕은 총 50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속에 ‘노동’ 및 ‘직업’의 개념과 종류 그리고 중요성, 노동자의 성격 및 자질과 덕목에 대한 논의가 담겨 있다. 이 책에서는 1~13과에 걸쳐 인간의 본질과 도리 및 환경에 대해 언급하고, 14~30과에 걸쳐 근대사회의 물질적 조건과 노동의 의의 및 종류와 특징 등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그는 31~50과에 걸쳐 국민이 지녀야 할 자질과 덕목에 대해 역설한다. 이 속에서 분류, 비교, 대조의 방식을 통해 노동(자)에 대해 서술하고 그 의미를 각인한다. 그런 맥락에서 14~50과에 저자의 의도가 집약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독자가 노동자라는 점에 입각해볼 때, 14~30과에 독본의 핵심에 해당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노동이 국가 및 사회의 근본이며 부강과 문명의 원천이라 하여 노동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갖도록 한다. 산업의 발달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노동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버리고 대중이 노동의 의의와 노동자의 존재 가치를 깨닫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그는 노동자가 신지식을 습득함으로써 국민의 자격을 획득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독본에 따르면, 노동은 ‘돈벌이의 수단’에서 ‘국가를 건립하는 것’, ‘사회를 건립하는 것’(「로동연설 2」), 더 나아가 ‘세계를 움직이는 것’(「노동의 거룩한 일」)으로 확대된다. 그 과정에서 독본은 노동자가 국가의 백성으로서 갖추어야 할 의무, 도덕심, 자유, 근검절약, 건전한 경쟁 등에 힘쓸 것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내용 속에서 노동은 과거의 개념으로부터 그 범주를 확장하고 구체화하게 되며, 노동자는 개인을 넘어 ‘사회-국가-세계’의 지형도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획득하게 된다. 이처럼 󰡔노동야학독본󰡕에는 국가 담론 속에서 노동자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독자에게 이양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