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리얼리스트이자 비평계의 테러리스트인 문학평론가 최강민의 두번째 평론집 『비공감의 미학』(작가와비평. 2010)이 발간되었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주체와 타자의 수평적 교감을 통한 공감의 비평을 지향했다. 군사정권이 지배하던 암울한 현실 속에서 문학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텍스트와 공감적 교감을 꿈꿨던 김현. 그가 주장한 공감의 비평은 역사와 현실이라는 세계를 소거시키고 문학만의 공감의 세계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김현은 문학을 통해 공감의 세계에 일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자인 최강민은 2000년대 이후 문단 주류의 문학과 적자생존의 신자유주의 체제에 공감할 수 없었다. 이번 평론집은 문단과 세계를 지배하는 주류의 패러다임과 대립각을 세우며 불화하는 비공감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들이다. 그래서 저자는 평론집의 제목을 ‘비공감의 미학’이라고 정했다. 첫번째 평론집이 메타비평과 주제비평을 주로 모아 발간되었다면. 두 번째 평론집인 『비공감의 미학』은 주제비평. 메타비평. 작가론. 작품론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것을 통해 독자들은 문학평론가 최강민의 다양한 비평적 세계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1부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당대 소설의 경향을 살핀 주제비평이다. 칙릿소설. 키덜트소설. 탈국가적 상상력의 소설. 스펙터클 소설. 속도를 소재로 하거나 주제로 한 소설을 다룬다. 칙릿소설은 20. 30대의 도시여성을 중요 작중인물로 삼아 중산층 도시 여성들의 일. 사랑. 취향 등을 가볍게 형상화한다. 키덜트는 피터팬증후군의 부정적인 의미를 삭제하고. 긍정적 이미지로 도배질하여 재탄생한 것이다. 키덜트소설은 이러한 키덜트를 소재나 주제로 다룬 소설이다. 탈국가적 상상력의 소설은 전지구화 시대에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스펙터클 소설은 거대한 볼거리인 스펙터클과 같은 이미지를 다룬 소설이다. 후기자본주의 시대를 지배하는 속도의 문제점을

제2부는 비평의 서구 콤플렉스와 식민성. 새로운 리얼리즘을 위한 모색. 문학과 정치의 관계. 장편 중심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 등을 언급하고 있다.

제3부는 공지영. 편혜영. 하성란. 신경숙 등 1990년대부터 2000년대 문학까지 문단에서 중심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여성작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여성작가를 집중 조명하여 1990년대 이후 문단의 중심축이 된 여성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제4부는 2000년대 문학적 경향. 메타 비평. 작품론 등을 다루고 있다. 문학상의 양극화 현상. 2000년대 새로운 문학 패러다임. 권성우의 『횡단과 경계』론. 이경수의 『불온한 상상의 축제』론. 공선옥의 『명랑한 밤길』론. 박민규의 「굿바이. 제플린」론을 언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