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말미암아 더욱 지치고 시로 말미암아 더욱 아프리라


그의 시에 대한 생각은 견고하다. 장소시에서 출발하여 지역문학으로. 지역문학에서 우리말 한글의 사용까지 하나의 장소에서 우뚝 선 생각을 지역으로. 나라로 퍼트리는 힘이 있다.

그의 시는 어렵다. 그 단어의 쓰임이 지명과 지역말. 순우리말로 되어있다는 것뿐 아니라 시 바탕에 깔린 생소한 지역 이야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시에는 소리가 있고. 움직임이 있고. 멋이 있다.

이러한 시인에 대한 평가는 비평가의 몫이다. 하지만 시인 스스로가 자신의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흔치 않다. 부끄러움이 크다고 하지만. 그만의 시라는 문화놀이 규칙을 알아가는 데에. 스스로의 놀이 규칙을 세우는 데에 큰 보탬이 되리라 생각한다.

시는 예나 이제나 스스로 살길을 잘 찾아 따르며 살아온 떠돌이의 노래다.
힘찬 떠버리 노래다. 말로써 말 많은 아픈 매혹이다.
앞날에 대한 걱정 앞에서도 시는 당당하다. 시는 달린다.


저자가 문학사회에 나선 적지 않은 세월 동안 짬짬이 내놓았던 줄글 가운데서 시 창작 경험을 다룬 것을 중심으로 한자리에 묶었다. 시에 두루 걸친 경험을 담은 글은 1부로. 개별 작품에 대한 자작시 풀이나 시작 노트에 해당하는 글은 2부로. 창작 언저리에서 얻은 강연 원고나 이런저런 표사・축사와 같은 것은 3부. 대담 가운데서 지역문학에 대한 생각을 담은 것 둘을 골라 4부에 넣어 모두 네 매듭을 지었다.

저자 박태일은 우리말의 참멋을 되살리는 데 힘써왔다. 함축적인 시에서 다 느끼지 못했던 그의 우리말 향연은 또 하나의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시가 한장 한장 이어진 포토 슬라이드라면. 줄글은 이미지가 영상으로 전환된 영화다. 글의 흐름을 통해 그가 쓴 단어가 생소한 언어에서 생생한 느낌으로 전환되는 경험은 그의 글을 읽는 하나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