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적 관점으로 러시아문학을 고찰하다!

끄로포뜨낀의 러시아문학 읽기!!


끄로포뜨낀은 다방면에 정통한 학자이자 사회운동가. 혁명가로서 고대부터 20C초 러시아혁명이 발발하기 전까지 면면히 흘러 내려온 민중의 힘과 자유에 대한 열망을 진단하면서 러시아사회를 조명하고 있다. 끄로포뜨낀은 수많은 주요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상호간에 비교하면서 각자 자신만의 어떠한 특색과 장-단점을 갖고 있는지. 그들의 예술 특징과 가치는 무언지를 밝히고 있다. 훌륭한 작가나 시인은 대개 다양한 경향을 지녔으며. 문제는 그가 그런 경향을 표현하기 위해 뛰어난 형식을 발견했는가. 못했는가 하는 데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그는 훌륭한 형식에 대한 고상한 경향. 즉. 형상으로 깊은 감동을 주며 탁월한 시를 써야만 위대한 시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저자는 해박한 지식으로 러시아문학을 유럽문학들과의 유기적인 상관관계에서 다루면서 유럽의 철학사상가나 시인. 작가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고 수용하여 주체적으로 변용하였는지 솔직하고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어서 비교문학연구 분야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특히 고대신화나 전설. 영웅서사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슬라브 신화가 아닌 동방의 설화나 전설에서 차용해온 것이라는 주장은 서구편향을 보이는 러시아 학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도서가 지닌 큰 의의는 근대에 이르러 모든 역사관이나 문학관이 귀족이나 지배계층 위주의 관점에서 탈피하여 민중과 피지배계층을 중심으로 옮겨간 상황에 발맞추어 러시아문학사를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 책 속으로 ]


전투기록에 의하면 자연이 모두 가담하고 있다. 독수리. 늑대. 여우들이 러시아병사들의 붉은 방패를 물어뜯는 장면묘사는 정말로 탁월하다. 마침내 이고리의 군대는 이렇게 격파를 당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저녁부터 새벽까지 붉은 화살이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병사들의 칼과 창이 서로 맞부딪쳐 쨍그랑거리는 쇳소리와 투구에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온다. 검은 대지는 짐승들의 발굽이 일으킨 뽀얀 먼지로 자욱하고 사방에서는 핏물이 흘러내린다. 그 위로 러시아의 대지에 불운이 싹터 올랐다.

무엇이 이토록 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가? 동트기 전 이른 새벽에 내게 들려오는 이 소리는 또 무언가?

이고리는 부대를 우회시켰다. 그는 사랑하는 동생 브세볼로드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온종일 전투하고. 또 다음날도 전투를 계속했다. 사흘째 되는 날 정오에 이르자 이고리 군대의 깃발은 쓰러졌다. 병사들은 급히 까얄라 강변으로 도망쳐 흩어졌다. 이제 붉은 포도주는 다 말라 버렸다. 이곳에서 용감한 러시아 병사들은 전투의 대향연을 끝낸 것이다. 그들은 물을 마시고나서 모두 러시아의 대지위에 쓰러졌다. 수풀들은 가엾어서 고개를 숙였고. 나무들도 슬픔 때문에 땅을 향해 구부리고 있다(벨린스끼 번역. 『전집』. 벤게로프 출판사. 제 6권).

―「머리말:러시아어;<이고리 원정기>」 중에서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까레니나』는 각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가장 폭넓은 독자층을 갖고 있다. 이 소설은 예술작품으로서 수준이 매우 높다. 독자는 여주인공이 처음 등장하자마자 그녀의 삶이 필경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느낀다. 그녀의 비극적인 종말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처럼 필연적이다. 소설은 그녀의 삶을 진지하고 충실하게 묘사한다. 대문호가 독자들 앞에 펼치는 묘사장면은 모두 현실적인 삶의 모습이다. 톨스토이의 재능에서 약점은 젊은 처녀 외에 일반여성들을 묘사하는 일이다. 사실 그는 여성을 잘 알지 못했다. 안나 까레니나가 깊고도 풍부한 심리상태를 보여주며 생동감이 넘치는 여인으로 묘사된 것처럼 생각하지만. 오히려 독자에겐 평범한 여인 ‘돌리’가 훨씬 생생하게 다가온다. 소설의 여러 장면들. 예를 들면. 무도회. 장교들의 경마시합. 돌리의 가족생활. 레빈의 영지인 농촌무대. 그의 형의 죽음 등을 그린 묘사는 톨스토이의 작품 가운데 『안나 까레니나』의 예술적인 가치를 가장 뛰어나게 만들었다.

―「뚜르게네프와 톨스토이;『안나 까레니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