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마모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게 닳아지는 것들을 돌아보는 삶 이야기


“삶은 결국 선택이다.
음표뿐만 아니라 쉼표가 음악을 완성하는 것처럼,
때로는 삶에도 빈칸이 필요하다.”

우리는 앞만 보며 숨 가쁘게 달리는 삶에 익숙하다. 학생 때는 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에 전념하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취업 준비에 매달리며, 사회인이 되어서는 먹고 사는 일에 집중하느라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한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을 때 무언가 잊고 살았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그 무언가를 ‘부지깽이’에 비유하여 주변의 닳아지는 것들을 돌아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에 닳아 없어지는 것들은 그 존재를 알아채기 어렵지만, 그 희생 덕분에 우리 삶이 풍요로워지고 새로워진다. 이 책은 그렇게 닳아지며 삶을 완성한 것들에 대한 문학적 답례이자 한 템포 쉬어가도 된다는 따스한 권유이다.

닳아지는 것들에는 맷돌, 빨래판, 부지깽이 같은 일상의 물건들만 포함되지 않는다.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 학창 시절의 친구, 바른 길로 인도해 주셨던 선생님, 스치며 만났던 특별한 인연 등 나와 함께 했고 스쳤던 모든 인연이 자아의 형성과 변화에 영향을 끼친다. 책에 담긴 다양한 만남과 그에 얽힌 여러 에피소드는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색을 입히며 저자의 인생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다.

‘녹스는 것’과 ‘닳는 것’은 다르다. 오랫동안 쓰지 않아 낡고 녹슬어가는 인생과 열심히 사용해서 닳는 삶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하루하루 서서히 녹슬어 가기보다 닳아 없어지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저자의 인간적인 다짐과 바람을 담고 있다. 지나온 생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희망찬 포부가 돋보인다. 자신을 돌보는 것을 넘어 주변의 어려움을 살피고, 가진 것을 베푸는 일의 보람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책이 가진 단단함은 어느새 독자에게 닿게 된다.

고희의 나이를 넘긴 저자는 이제 흥미, 재미, 의미 즉 삼미(三味)를 찾아 낯선 여행을 시작하였다. 나이를 잊고 새로운 일이나 세상 변화에 호기심을 잃지 않는 흥미, 기왕 하는 일 즐겁고 신나게 하자는 재미, 마지막으로 나를 위한 일보다 남을 도우며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의미까지.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기 위한 자신과의 약속으로 탄생한 『닳아지는 것들』이 삶의 전환점에 선 이들에게 미지의 여행을 시작하도록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라 기대한다.


키워드: 수필, 에세이, 산문, 인생, 노년, 인생교훈, 인연, 우정, 사랑,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