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민낯, 25년 간의 습작

시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의 삶, 존재, 본질을 아름다운 형식으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부족한 인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존재의 고민, 사랑을 노래하는 일말의 모든 노력이 수많은 예술가들을 통해 반복해서 쓰여지고 있다. 그러나 불완전한 인간은 아직도 세상을 다 알 수가 없고 완전한 깨우침은 불가능할 것이다.
   
박주초 작가의 25년간의 습작은 작가 스스로 부족함과 부끄러움의 산물이라고 말하지만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의 인간적인 순수함을 엿볼 수 있다. 박주초 작가의 시집 ⟪형성 1980⟫은 학교를 그만두고 건설 회사를 다니던 10대, 다양한 전공으로 뒤섞여 살던 20대, 사업과 예술을 동시에 하고 싶었던 30대 그리고 미약하나마 깨달음을 얻기 시작한 40대 초입까지, 지난 25년간 써온 시를 모은 것이다.
   

그래 그렇게 변하는 것이 사랑이라 알고
그래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 인생이라 알고
그래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 나라는 것을 알지
-<형성>, 13쪽

   

1995년 가을, 열여섯 나이로 작가 박주초는 너무나 커보이던 문창과를 다니는 대학생 큰형으로부터 처음으로 인정을 받은 후 시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부족했던 시어, 미성숙한 마음이 모여 지금의 따뜻하고 너그러운 시인 박주초를 만들었다.
   

내 숨의 반은 사랑을 아는데 쓰렵니다
나머지 반은 사랑을 하는데 쓰렵니다
-<내 숨의 반은>, 1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