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러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천재 시인, 
 대문호 뿌쉬낀의 걸작

 
 
“뿌쉬낀은 우리의 전부야. 별이 빛나는 하늘이기도 하고 마음속의 법칙이도 한 거야.”

타티야나 톨스타야의 소설 『키시』에 나온 문장이다. 이 한 문장만 보아도 러시아인들이 얼마나 푸시킨을 사랑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알렉산드르 뿌쉬낀은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소설의 기초를 닦은 ‘러시아 국민 문학의 아버지’이다. 『벨낀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은 그러한 뿌쉬낀의 단편들을 모아 만든 고전 명작 단편선이다. 그의 문학 작품은 이전의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의 모든 요소를 담아내면서 여러 예술사조에 큰 영감을 주었다.
 
먼저 「벨낀 이야기」는 벨낀이라는 인물이 수집하고 다듬은 다섯 가지 이야기가 발행인의 손을 거쳐 세상에 발표된다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물론 벨낀은 가상의 인물이며 이 작품의 실제 저자는 뿌쉬낀인데, 그는 발행인이라는 외피를 한 번 두른 채 ‘발행인의 말’을 통해 독자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한 자신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정교한 구성과 함께 여러 장르적 요소가 다양하게 나타난 점에 힘입어 후대에 여러 번 영화로 제작되거나 오페라로 상연되기도 했다. 또한 뿌쉬낀의 산문 중에서 가장 완벽한 균형미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뿌쉬낀의 글은 유쾌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감상을 자아낸다. 아마도 뿌쉬낀이 담아낸 이야기가 결국 우리네 인생을 통찰하여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뿌쉬낀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풍부한 낭만주의적 감성을 수준 높은 작품들을 통해 표현한 인물이었지만 그것에만 머물지는 않았다. 그는 19세기 초에 이미 영향력을 상실해 가던 고전주의의 개념들을 되살려 러시아의 국가적 안정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표현하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낭만주의의 경직된 모델에서도 탈피하여 그것을 새로운 러시아의 모습에 변모시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진지한 노력은 러시아 문학이 사실주의로 진행해 갈 수 있도록 선구자적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그가 창작 후기에 쓴 소설 작품들의 구조와 내용이 이 점을 말해 주고 있다. 38세라는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지 않았더라면 더욱 크고 넓은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가 남긴 단편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생을 돌아볼 기회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