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사랑,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의 오묘하고도 복잡한 심리를 들춰내다 


 <어떤 이별: 슈니츨러 명작 단편선>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오스트리아를 대표한 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단편들을 모은 고전 명작 단편선이다. 국내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을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구스틀 소위>, <눈먼 제로니모와 형>을 비롯하여 아직 국내에 번역 소개되지 않은 <홀아비>, <친숙한 여인>, <안드레아스 타마이어의 마지막 편지>, <새로운 노래>, <총각의 죽음> 등 모두 15편의 단편이 발표 연대순으로 수록되어 있다.


슈니츨러는 죽음과 성()의 문제를 문학에 녹여 내며, 특히 같은 시대를 산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정신분석의 기법을 통한 인간의 심리 상태를 예리하게 묘사한다. 이 책 속의 대다수 작품 또한 남녀 사이의 사랑과 증오를 그리면서 나아가 그것과 연관된 죽음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다양한 양태로 등장하는 죽음을 통해 인간의 자기중심적이고 타산적인 성향과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심리를 세밀하게 다룬다. 이처럼 죽음과 연관되어 이루어지는 인간의 속성 묘사는 문학을 넘어 심리분석학적 경지에 이를 정도로 치밀하다. 슈니츨러가 문학에서의 프로이트라고 불리는 이유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바탕을 둔 듯 인물의 내면세계로 깊이 파고들어 인간의 위선과 약점을 예리하게 들춰내는 심리묘사에 있다.


무엇보다도 슈니츨러는 인간의 의식이 단순히 눈앞에 드러나는 표면적인 것에 머물 뿐, 그 배후나 밑바닥에 감춰져 존재하는 또 다른 힘을 보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을 경우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은 죽음이 닥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특히 단편 중 <상속>, <3종의 영약>, <친숙한 여>, <라이젠보크 남작의 운명>, <새로운 노래>, <삼중의 경고등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죽음이 그러하다책 속 등장인물들의 여러 죽음과 다양한 사랑그 속에 감춰져 있는 심리 변전을 따라가다 보면그동안 들여다보지 못했던 자신의 깊은 내면을 어느새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