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에 걸친 치매 가족을 돌보는 미술치료사의 돌봄이야기



<치유로서의 미술>은 미술치료사이자 예술가인 저자가 치매 가족을 돌보는 삶의 경험과 그 경험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는 치유에세이이다. 저자는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를 돌보던 어머니마저 치매로 진단받아 2대에 걸쳐 치매 가족을 돌보게 되었다. 이 책은 치매의 2차적 희생자가 된 어머니를 돌보며 치매의 3차적 희생자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저자는 그 과정에서 어떻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자신을 돌보게 되는지, 이 같은 경험이 미술치료사로서의 역량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했는지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이 책은 저자의 미술치료학 학위논문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내용 전개가 일반적인 수기와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치매와 자전적인 글쓰기에 관한 이론적인 부분과 치매 할머니와 치매 어머니를 돌보는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함께 담겨 있다. 저자는 갑작스러운 가족의 치매 진단으로 고통과 혼란의 시간을 겪으며, 이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되는 치매 가족의 경험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또한, 예술가로서 저자의 창작 경험을 돌아보며 진정한 치료사로 거듭나기 위해 자기 돌봄이 필요함을 자각하고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통한 치유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도 함께 담았다.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치매 노인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집중적이고 장기적인 돌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가족 중심적인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여 치매 노인 부양이 가족의 책임으로 강조되고 있고, 실제로 돌봄은 주로 가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은 피로 누적과 스트레스로 건강 상태가 악화되고, 우울감과 무력감으로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더 나아가 가족 간의 갈등과 가족 관계의 부정적 변화가 야기되기도 한다. 이 책은 치매 가족을 돌보면서 저자와 비슷한 이러한 경험을 할지도 모르는 또 다른 돌봄제공자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줄 것이다. 더불어 우리 사회가 돌봄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보다 많은 사람이 치매 노인과 치매 가족의 삶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