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홉 하면 보통 4대 희곡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작품들 못지않게 단편, 중편 역시 훌륭한 편이다. 그 중 가장 뛰어난 것들을 모아 쓰인 순서대로 배열한 것이 ≪체홉 명작 단편선≫이다. 그리고 해설 역시 작품의 순서를 따라, 친절하게 체홉의 삶과 함께 안내하고 있다. 44년간 짧은 생애 동안 항상 죽음에 가까웠지만 어떻게 유머를 잃지 않는가, 어떻게 삶을 바라보는가,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것들은 작품 내에서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가를 이 책을 통하여 알 수 있다.



사소한 일이 굴러가 결국 죽음으로 귀결 되는, 하지만 유머를 잃지 않은, ‘어느 관리의 죽음’,  병에 걸린 주인공의 의식을 잔인할 정도로 날것으로 보여주는 ‘티푸스’, 소름끼칠 수도 있는 이야기와 묘사를 덤덤한 시선으로 풀어낸 ‘자고 싶다’, 톨스토이가 네 번이나 읽고 극찬한 ‘귀여운 여인’ 등을 읽으며 체홉이 시간이 흐르며 어떤 식으로 인간의 삶을 바라봤는가를 알 수 있다. 특히나 티푸스의 경우에는 의학적인 지식이 본격적으로 가미된 작품으로, 그가 실제로 얻은 지식이 어떻게 작품에 반영되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기본적으로 소설이니, 작품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신경 쓸 필요 없이 러시아 작가가 쓴 소설을 평범하게 즐겨도 된다.



일반적으로 체홉의 4대 희곡이 잘 알려져 있지만 희곡의 특성상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읽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한 체홉의 수백 가지 작품들 중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체홉 명작 단편선≫을 읽어보시라. 짧은 작품들 속에서도 그의 삶과 생각이 잘 녹아들어 있다. 적당한 유머와 함께 세상을 깔끔하게 표현한 그의 작품세계를 충분히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