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으로 간 여덟 명의 미술인을 조명하다


이 책은 1945년 8월 해방 이후 분단의 경계를 넘어 북(北)으로 간 미술인들 가운데 월북 전후 남한과 북한에서 유의미한 미술사, 미술비평 텍스트를 발표한 여덟 명의 미술인들을 조명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난 10년 간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이들 월북미술인들의 삶과 행적을 정리하고 그들이 월북 전후 발표한 미술사, 미술비평 텍스트들을 꼼꼼히 비교 검토하여 월북의 미술사적 의미와 의의를 파악하고자 했다. 그들 대부분은 회화・디자인・무대미술 등 미술의 여러 영역에서 활동한 빼어난 예술가이자 미술비평가・미술사가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미술작품 가운데 남아 있는 것이 극히 드물고 남아 있는 작품들도 현재 직접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부득불 이들의 미술사, 미술비평 텍스트에 좀 더 집중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미술비평사, 또는 메타비평(비평에 대한 비평)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개별 월북미술인들의 작품과 텍스트 분석을 통해 월북 전후 개별 예술가들의 예술과 예술관에 발생한 변화를 관찰하고자 했고, 다른 한편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유지된 바들을 확인하고자 했다. 저자가 이 글에서 다룬 미술인은 거의 모두 과거 일제강점기, 또는 해방기 남한에서 자신이 세운 문제의식과 신념, 예술의지를 월북 이후 북한에서도 여전히 간직했다. 즉 그들은 월북 이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당시 북한미술계에서 진행된 여러 논쟁에 참여하여 자신의 오랜 신념과 의지를 현실에 관철하기 위해 애썼다.


이 책을 통해 월북미술인들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한 관심을 월북 이전에 한정하는 선택적 접근이 아니라 월북 이후를 포용하는 포괄적 접근으로 나아갈 때 한국 근대미술사의 폭과 깊이도 지금보다 확장・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