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과 배신 사이
성삼문과 신숙주는 왜 다른 길을 걸었을까


이 책 ≪유성의 시간≫은 세종과 그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자주 주목하게 되는 인물이 성삼문과 신숙주이다. 출발점이 유사했던 성삼문과 신숙주, 두 사람은 왜 종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을까. 더러는 성삼문을 이상주의자, 그리고 신숙주를 현실주의자라는 데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면 신숙주를 제외한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성원 등 성삼문의 다른 동료들도 하나같이 이상주의였다는 얘기가 되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그럴 경우 ≪조선왕조실록≫ 또한 거기서 결 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승자들이 남겨 놓은 기록이 얼마나 진실에 근접하고 있을까.
따라서 세종 시대에 꽃피웠던 문화의 시대가 이후 파행의 역사로 점철되었음을 상기한다면 그 원인의 규명을 위해 보다 가까운 진실에 다가서려는 노력은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