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말하기, 나를 읽고 나를 쓰다


우리는 질병을 얻으면서, 세상과 유리되고 몸과 마음의 통증에 시달린다. 삶이 혼돈으로 보이는 이러한 시기에 글쓰기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공간을 견디고 극복하며, 우리의 삶에 의미와 일관성의 감각을 복구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상처입은 몸과 마음이 겪는 고통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글을 쓰는 것은 미지의 영역에 들어올 다른 사람들을 안내하고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행위가 된다. 이는 또한 질병과 죽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화적 편견에 도전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정서적, 육체적인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으로서 글쓰기


이 책의 원저자 루이즈 디살보는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작품뿐만이 아니라 교수와 영문학자, 편집자로서도 훌륭한 평판을 얻고 있는 미국의 작가이다.
이 책에서 디살보는 우리 삶에서 불가피한 정서적, 육체적인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으로서 글쓰기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또한 버지니아 울프, 헨리 밀러, 마르셀 프루스트, 오드리 로드, 이사벨 아옌데 등 영혼과 몸에 상처를 입은 수많은 작가들이 글쓰기 과정을 통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조명함으로써, 글쓰기를 시작하는 초보 작가들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글을 써왔던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준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치유로서의 글쓰기’에서는 글쓰기가 어떻게 치유를 도울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디살보는 글쓰기를 통해 고통과 상실, 슬픔에 형태를 부여하고 이야기로 털어놓음으로써 자아가 삶에 대한 주도권을 찾고 정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제2부 ‘과정/프로그램’에서는 글쓰기의 단계를 준비하기, 계획하기, 구상하기의 성장 1단계와, 작업하기, 심화하기, 구체화하기, 정리하기, 완성하기의 성장 2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각각의 단계에서 부딪치는 정서적, 현실적 문제점과 극복 방안을 제시한다. 제3부 ‘글쓰기를 통해서 상처입음에서 온전함으로’에서는 상처입은 영혼과 상처입은 몸에 대한 글쓰기의 구체적인 형식과 기법, 그리고 이러한 글쓰기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디살보는 글쓰기가 자신의 치유와 성찰뿐 아니라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 필요한 미학적 장치들을 제시하고, 자신의 영혼과 몸에서 빚어진 비극을 증언함으로써,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글을 남기는 일에 대한 도덕적 만족감과 윤리적 가치를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하여 스스로를, 그리고 다른 누군가를 치료하는 글쓰기를 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