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의 에로스와 통섭적 글쓰기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 글쓰기 교육은 실용의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여러 대학에서 글쓰기를 교수하기 위해 펴낸 교재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보고서․자기소개서․기안문․각종 서식에 이르기까지 실용의 이름으로 나열된 백화점식 교수안들이 그것이다. 글이란 무엇이며, 왜 써야 하며, 어떻게 써야 참다운 글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 언급도 없다. 마치 직능교육처럼 변질되어 버린 글쓰기 교육의 문제는 어디서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단순하게 규범문법을 익히고 글쓰기의 형식 논리를 이해한다고 해서, 가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법적으로 틀림이 없고, 글쓰기의 형식적 틀은 잘 갖추었지만, 자기사유가 조금도 없는 글을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다. 이는 학생들이 작성한 보고서(논문)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기실 이러한 과제물들은 이런 저런 자료들을 긁어모아 기계적으로 조립한 텅 빈 글들이다. 학생들은 ‘보고서 작성’의 과정을 ‘인터넷 검색’과 동일한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맞춤법도 가르쳐야 하고, 글쓰기의 형식논리도 몰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의지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세계를 이해하고 분석하고 더 나아가 비판할 수 있는 능동적 사유의 힘을 길러주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知의 에로스(eros)다.


실질적인 이해와 연습을 돕는 워크북 형태의 실용적 글쓰기 교재


이 책은 글쓰기의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이해와 연습을 도모하기 위하여, 워크북(work book)의 형태로 제작하였다. 책의 차례는 모두 6장으로 구성되는데, 우선 1장~4장은 글쓰기의 절차에 맞춰 집필하였다. 대상을 새롭게 보고 문제의식을 갖는 ‘주제 정하기’, 글의 논리적인 구성과 개요 작성을 학습하는 ‘구성하기’, 바른 문장 쓰기와 문단의 전개방법을 학습하는 ‘문장의 기술’, 정의․분석․비교와 대조․분류와 구분․예시․서사․묘사․논증의 방법을 학습하는 ‘기술의 방법’을 통해, 글쓰기의 기본적인 자세와 글의 논리적 흐름과 체계를 이해할 수 있다.
5장은 우리 대학의 단과대학별 전공 편제에 따른 ‘계열별 글 읽기와 분석’자료를 수록하였다. 여기서는 인문사회․예체능․이공 계열에 걸친 다양한 학술적 에세이를 전공에 따라 선택적으로 강독함으로써 1장~4장에서 배운 내용을 구체적으로 학습하도록 하였다. 특히 단과대학 특성을 고려한 텍스트들을 학습하는 것은 인접학문과의 통섭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장으로서 학습자의 상황(전공, 관심, 지식수준 등)을 고려한 맞춤식 수업모형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6장에서는 논문과 리포트와 같은 학술적인 글의 형식과 논리를 학습하게 된다. 여기에서는 학술자료의 수집과 그 활용에서부터 논문의 체계와 구성, 각주 및 참고문헌 작성 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논문 및 리포트의 작성 방법을 구체적인 예를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자신의 주장이나 이론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참고 자료의 수집․인용․주석의 방법을 학습함으로써 학술 정보의 활용과 학문 윤리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였다.
글은 아무나 쓸 수 있지만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을 어떻게 사유하게 만들 것인가, 이것이 바로 이 책을 편찬하게 된 동기이다. 우리가 글을 이해한다는 것은, 글에 사용된 어휘의 사전적 의미․문맥적 의미를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지칭하는 구체적 현실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까지를 의미한다. 결국 글 읽기/쓰기는 세계의 실상을 인식하고자 하는 사유의 욕망과 힘을 키워주는 데 그 핵심을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