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세종도서 우수학술부문 선정!!”


  백여 년 전, 새로운 근대 사회를 열망하던 조선에 정치적・사회적 관념과 제도들이 폭발적으로 수용・확산되었다. 이에 부응하여 교육의 중요성 또한 널리 강조되었다. 이 시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각종 인쇄 매체들 가운데 근대적 학교와 더불어 등장한 ‘교과서’는 근대적 담론 생산의 장으로 중요한 기능을 했다. 국가가 주도한 국정(國定)교과서들과 개인들이 편찬한 민간(民間) 교과서에는 일본이나 서구로부터 수용된 근대적 지식과 개념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역사적 현실을 배경으로 한 국가와 개인에 관한 다양한 담론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마침내 ‘국어 교과서’가 탄생하였다.


근대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窓), ‘교과서’


  근대 혹은 근대 문학에 대한 탐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여전히 유의미하다. 그리고 이런 물음은 다양한 종류의 문학 텍스트와 문화사(제도, 이념, 내용 등) 연구로 이어지면서 한국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근대 초기 교과서는 텍스트로서의 성격이 복잡하고, 목록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형편이지만, 근대 문학 연구가 가로질러야 할 큰 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교과서와 교과서를 둘러싼 제반 연구가 ‘은폐’되어 왔다. 국어교육학에서는 근대 교과서를 본격적인 교과서의 전단계라고 치부하면서 목록조차 만들지 않았다. 대부분 해방 이후 교육과정 수립 이후에만 주목하면서 교과서의 기원과 형성에 관해서는 무관심했다. 국어국문학에서는 문학작품에만 관심을 두었고, 그것들을 엮어 만든 교과서는 주목하지 않았다. 하여 방대한 자료와 문화사적 가치가 서고에 갇힌 채 고스란히 잠자고 있었던 것이다. 근대 교과서를 목록에서부터 복원하고 교과서의 텍스트로서의 성격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필요하다. 이번 책은 국어 교과서를 둘러싼 제도, 이념, 내용을 통해 근대지의 생산과 수용 과정을 되비추고 있다. 이로써 근대 문학이 두터워지고, 촘촘해지게 될 것이다.


근대 국어 교과서를 읽는다는 것


  교과서는 학교 현장에서 교수 학습의 가장 기본적인 매개체로 쓰이는 교육용 도서이다. 그러나 범위를 조금만 확장해 보면 교과서가 교육 권력의 정책과 이념에 따라 구안된 표준적인 지식을 보급・재생산하는 기능을 행사하는 매체라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근대 교과서, 특히 그 가운데 국어 교과서에는 이 시기를 관통하는 지식과 권력, 제도 등이 복잡하게 서로 교차하면서 영웅이나 여성, 아동에 대한 인식은 물론 풍속이나 문화, 관념 등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인 담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근대 초 다양한 국어 교과서들이 각각 어떻게 개인, 가족, 국가, 국민을 상상하고 기획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보다 미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이번 책의 핵심적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이 책의 주요 내용들


  1부에서는 한국의 근대 교육이 1894년 갑오개혁과 함께 제출한 일련의 ‘근대 교과서 3종’을 다루었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국어 교과서의 정체성이 희미하고 전근대적 요소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이 점이야말로 한국 근대 교과서의 기원적 특성을 해명하는 핵심 자질인 만큼 각각의 교과서를 둘러싼 역동적 전개와 의미가 긴장감 있게 서술되어 있으며, 파격적인 내용과 논쟁적 해석의 여지도 풍부하다.

  2부에서 다룬 글들은 조선 학부가 발행한 교과서가 주를 이룬다. 이른바 ‘국정 교과서의 정치학’을 가늠할 수 있는 대상들을 모아 분석을 시도했다. 국어 교과서가 걸어 온 자기규정의 역사를 살펴볼 때, 1906년 국어과의 성립과 1907년 국어 교과서의 편찬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는 국정으로 편찬한 최초의 보통학교 국어 교과서는 물론 학부 검정을 통과한 대표적인 사립학교 교과서도 함께 분석하고 있다.

  3부에서는 각종 교과서에 나타난 ‘근대 계몽 담론의 양상과 추이’를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민간에서 발행된 다양한 교과서가 만들어 낸 독자층의 분화와 계몽 담론의 변주 양상이 촘촘하게 서술되어 있다. 5편의 글 가운데 4편은 을사늑약(1905)을 전후로 한 정치적・교육적 격변 속에서 유통되었던 대표적인 민간 교과서를 다루고 있으며, 나머지 1편은 1920년대까지 이어지는 민간 교과서의 맥을 짚어준다.

  마지막 4부에서는 교과서에 나타난 언어관 및 문체에 대한 의미를 중심으로 묶었다. 근대 문학의 외연은 제도와 양식의 문제 말고도 근대어의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근대 국어 교과서에 나타난 ‘근대적인 문체의 형성과 계몽 언어의 편제가 갖는 의미’를 여기서 확인할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