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심재상 시인의 화갑 기념 문집이다.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고,

바슐라르와 뒤랑 그리고 보들레르를 사랑한

회갑을 맞은 청년의 글쓰기


급변하는 사회현상 속에서 인간의 욕구는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으며 이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로부터 야기되는 갈등구조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과제일 것이다. 갈등의 해결을 위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관용과 배려, 다양성의 인정과 사회 구성원 간의 조화를 해결의 전제 조건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화를 추동하는 일에 있어 시인은 무력하고 무능한 존재로 차츰 추락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미지로 대상과 세계를 표현하려는 시인의 시도는 좌절하고 있고 시인은 오래 병을 앓고 있는 환자처럼 아프다. 하여 다름을 인정하는 조화로운 세상을 저자는 희망하고 있다.

이 책은 밥에 대한 기록이다.
‘공자는 문왕(文王)이 창포절임을 즐겨 먹었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지만, 참고 먹은 후 3년이 지나서야 이 맛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이 책을 발간하는 데 뜻을 같이한 사람들은 참으로 많이 선생님께 밥을 빚졌다. 자주 만날 때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모인적도 있고 적어도 두세 달에 한 번씩 오랜 세월 만났으며 만날 때마다 선생님께서 밥을 사셨으니 우리가 선생님께 진 밥 빚은 실로 엄청나다 하겠다. 밥을 나눈다는 것은 가족과 같은 유대로 호흡한다는 것인데 이렇듯 서로가 서로의 입맛에 스미면서 밉고 고운 정의 깊이를 더했다.

이 책은 노래에 대한 기록이다.
노래는 그 사람의 가슴이고, 호흡이고, 타자에게 전하는 간곡한 메시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십팔 번에는 그 사람의 성정과 노력이 담겨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십수 년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노래를 불렀으며 밤을 세워가며 노래방을 전전했던가. 심재상, 박용하, 최영순, 이홍섭, 이호영, 김남극, 정의진, 김정남 등 때로는 우울하게 때로는 해변을 뛰어가는 작은 물새들의 발걸음처럼 가볍고 경쾌하게 그리고 마침내 창공의 한 점으로 날아오르고자 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갈구하며 그렇게 서로의 어깨를 곁고 부른 노래의 기록이 이 책이다. 마치 시가 삶이고 꿈이 자신의 내부라 여기는 착각을 즐기며.

이 책은 연대(連帶)에 대한 기록이다.
헤겔은 “연대는 같음이 아니라 다름을, 동일성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라 했다. 세계는 점점 미세해지고 모든 분야에서 더 잘게 쪼개지고 있어 우리는 마치 허공의 비처럼 서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하여 서로의 동질성이나 유사성에 기반하기보다는 차이성에 기반 하는 사유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흩어진 개인이며 이 개인들이 서로 연대하며 지금까지 왔다. 이 느슨하면서도 왜곡된 연대가 우리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으며 이 책을 만들게 했다. 느슨한 연대의 힘이라니! 이 얼마나 유쾌하고 기분 좋은 일인가.
이렇듯 밥을 나누고 더불어 노래하며 연대(連帶)해 왔던 지극히 사적이지만 소중한 기록을 이미 종말이 예고된 극미량의 존재들이 당신께 바친다. 당신의 빛나는 생의 연대(年代)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