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땅 한국,
그동안의 암울함・공포감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릴 것 같았지만
결코 녹록치 않았던 한국살이를 이야기하다


‘미리 온 통일세대’로 불리는 탈북청소년의 삶은 치열하다. 그 고난과 시련의 강도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북에서의 유년시절은 극심한 식량난으로 어머니가 부재하였고, 아버지의 보살핌도 기대할 수 없었다. 미리 탈북한 어머니・재혼한 아버지・구박하는 새어머니 사이에서 평온함을 꿈꾸기에는 현실이 너무 절망적이었다. 가족의 해체로 더러는 꽃제비로 전전하고, 더러는 먹고 살기 위해 산과 들에서 약초나 풀뿌리를 캐면서 연명한 암울한 시간이었다.
문득 날아든 엄마의 구조 손길, 혹은 죽기밖에 더하겠냐는 자포자기로 뛰어든 두만강 너머의 삶이 탈북의 첫발이었다. 중국 생활이나 탈북 노정에서 겪은 착취나 학대는 쫓기는 공포에 비하면 견딜 만했다.
그리고 찾아온 희망의 땅 한국, 그동안의 암울함・공포감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릴 것 같았지만 한국살이는 녹록하지 않았다. 북에서 왔다고 소개할 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가오는 친구는 그나마 고마운 존재들이었다. ‘빨갱이’라고, ‘간첩’이라고 몰아치고 신고하는 반 친구는 여전히 분단의 장벽이었다. 
이 책은 ‘통일인문학 구술총서’로 기획하여 구술조사를 진행한 결과물이다.
이 책에 실린 탈북청소년들의 사례는 탈북 2세대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고난의 행군시기에 나온 탈북 1세대들의 이야기가 북한에서의 기아와 중국에서의 도피생활에 대한 공포로 점철되어 있다면, 이 책에 실린 탈북 2세대들의 이야기는 부모에게서 버림받아 방치되고 꽃제비로 전전했던 아픔들이 곳곳에 배어 있다. 탈북이라는 사건은 심각한 가족의 해체라는 새로운 문제를 일으켰고, 탈북청소년들의 이야기에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악몽과 그로 인한 반항의 감정이 곳곳에 녹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구술 당시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탈북청소년의 이야기이고, 제2부는 탈북대학생들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