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고전여행기>는 인도여행기 다섯 종을 한 질로 묶은 백과사전적 대하기획이었다.
최초의 인도 구법여행기인 5세기 법현(法顯)의 『불국기(佛國記)』(실크로드 고전여행기 권3)를 비롯하여, 5세기와 7세기의 공백을 이어준 6세기 송운(宋雲)의 『송운행기(宋雲行記)』(실크로드 고전여행기 권5), 인류역사상 단연 최고의 여행기로 꼽히는 7세기 현장(玄奘)법사의 순례의 혼이 깃든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실크로드 고전여행기 권1), 우리나라의 자랑거리인 8세기 신라 혜초(慧超)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실크로드 고전여행기 권2), 8세기 해양 실크로드의 백미인 의정(義淨)의 『대당서역구법고승전(大唐西域求法高僧傳)』(실크로드 고전여행기 권4) 등을 한 질로 묶어 간행되었다.
모두 파미르 고원, 즉 총령을 넘어 기록을 남겼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시간은 흘러…… 21세기


그럼 21세기에는 누가 있는가?
단연 다정 김규현 선생을 꼽을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실크로드 고전여행기> 총서 다섯 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다정 김규현 선생은 우리에게 커다란 이정표를 남기고 있다.
그것이 바로 파미르 고원 종횡기라 일컫는 『파미르 고원의 역사와 문화산책』이다.
아울러 이 책이 <실크로드 고전여행기>의 시작임을 알리고 있다.
다정 김규현 선생은 역사적 현상에서부터 생생한 현장감과 더불어 스스로의 감정까지 더해 이 책은 다름 아닌 역사가 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옛적 법현, 송현, 현장, 혜초, 의정이 남겨 놓았던 발자취가 기록으로 남아 역사가 되었듯이, 우리에게 전해준 다정 김규현 선생의 기록 역시 후대에는 기록 유산이 되어 역사가 되리라 믿는다.


어찌 파미르 고원을 넘을 것인가?
어느 코스 어떤 고개를 통하여 파미르를 횡단했을까?


법현사문을 필두로 송운, 혜생, 현장, 그리고 혜초사문이 모두 파미르 고원을 넘었다. 그러면 그들은 그 많은 갈래길 중 정확하게 ‘어느 코스 어떤 고개를 통하여 파미를 횡단했을까?’라는 의문을 누구든 자연스럽게 제기할 것이다.
다정 김규현 선생은 그 의문의 시작은 혜초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혜초는 비록 “어찌 파미르 고원을 넘을 것인가”라고 한탄하였지만, 그 속에는 “도대체 어느 길로 넘을 것인가?”라는 실질적인 물음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혜초는 짧은 천축순례를 끝내고 장안으로의 귀환하기 위해 다양한 루트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롭게 찾아낸 길마저 여의치 않았는지 그는 계속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서 전혀 예상 외의 땅인 옛 페르시아의 영토까지 가게 되었다.
‘왜 혜초가 그곳까지 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왕오천축국전』 최대의 미스터리이지만, 현재까지의 ‘혜초학’에서는 그 의문을 풀어낼 실마리마저 없는 실정이다. (54~55쪽)


위의 의문은 명확하고도 생생하게 다정 선생은 기록하고 있다. 또한 <파미르 횡단로 #9-2>의 두 번째 길을 통해 혜초는 귀국행로를 택했을 거라고 한다.(54~55쪽)


물론 처절한 고통을 겪었겠지만, 결국 살아서 세상의 지붕을 넘었고, 그 여행기를 꼼꼼히 기록해 놓았기에 혜초는 우리나라 청사에 찬연히 빛나게 되었지만, 오만 리 길을 혼자서 걸어 다녔던 철인 같은 혜초도 파미르를 넘는 일은 두려운 일이었던지 눈물까지 보이고 만 대목은 후인들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60쪽)


이 책에는 이렇듯 다양한 의문들과 생각들을 다정 김규현 선생은 또렷하고도 명확한 역사적 기록과 실질적인 루트들을 두루 살펴보면서 생생하게 증명해 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야말로 <실크로드 고전여행기>의 백미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고전여행기, 현대화의 초석을 다지다


모든 고전여행기가 후인들을 위한 가이드북의 성격을 띤 것이란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여행의 의미를 한결 업그레이드한 테마여행은 이미 현대를 넘어 미래지향적인 붐을 이룬 지 오래 되었다. 이런 두 가지 의미에서 본다면 여행기라는 고전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지향적 테마여행의 중요한 텍스트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문제는 어떻게 고전을 업그레이드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 해답으로 다정 김규현 선생은 지난 20여 년 동안 5대 여행기의 체취가 묻어 있는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옷을 누비듯이 두 발로 다니며 다양한 자료를 모아가며 이론의 여지가 있는 문제의 현장을 발로 확인하여 마침내 큰 의미가 있는 지도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현장의 사진들을 담아와 고전여행기를 ‘가이드북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