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미래에 대한 상상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북한 주민의 일상은 어떨까?
이 책을 기획한 의도는 북한 주민의 일상을 북한 문화로 살펴보는 데 있다. 통일을 이야기하고, 문화통합을 이야기할 때 핵심은 통일된 한반도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의 일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은 일상적 삶이 온전히 새로운 환경에 놓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일’은 남북 주민의 일상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 분명하다. 마땅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통일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야 할 삶이 어떤 것인지’가 상상되어야 한다.
통일이 된다고 선진국이 되고, 자원분배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사회 갈등이 해소되는 사회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통일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지를 준비해야 한다. 준비 없는 통일은 노력 없이 성공을 바라는 것과 같다. 통일이 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남북의 문화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북한이탈주민을 통해 남북의 문화 차이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를 진단할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에게 남한 문화는 적응해야 할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남한 사회에 정착한 지 수년이 되어도 남한에서의 삶을 여전히 낯설어하는 북한이탈주민이 적지 않다. 통일이 되면 남북 주민 모두가 겪게 될 일이다.

가치관의 차이는 일상의 차이로 이어진다.


남북 사이에는 ‘보편적 가치’, ‘보편적 인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에서 차이가 있다. ‘평등’을 예로 들어 보자. 남한에서 ‘평등’은 기회의 균등을 먼저 생각한다. 균형적이고 절대적인 평등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회를 고르게 부여하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절대적 평등, 균등적 평등에 익숙하다. 집단주의적 가치가 우선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같은 말이지만 남북이 해석하는 것이 다르다.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화는 개념의 구체적인 산물, 구체적인 행동 양식이기 때문에 문화에는 그 사회의 특성이 반영되는 것이다.

2015년으로 광복 70년이 되었다. 광복 7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통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통일’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오고 가고, 문화통합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문화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제는 고민의 담론을 좀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차원으로 끌어안아야 할 때가 되었다. 남북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자는 주장에서, ‘이제는 무엇이 달라졌으며, 달라진 남북 문화 차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 당위성에서 구체성으로 논의가 전환되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북한 주민의 일상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